[스포츠 포커스] 안타 1개당 3400만원… 실패한 투자로 구단들 골머리

네동현 0 80 11.12 01:56
프로야구 FA시장 투자 효율성 논란
올해도 프로야구 FA(자유계약) 선수 시장에 과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야구계에선 ‘이 선수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게 과연 적정한가’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FA 계약 후 시즌이 끝나면 이른바 ‘먹튀(먹고 튄다)’로 통하는 과잉 투자 논란이 불거진다.

야구에서 선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는 WAR(Win Above Replacement·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 많이 쓰인다. WAR이 높을수록 잘하는 선수다. 올해 타자에선 KIA 김도영이 WAR 8.32로 1위, 투수에선 NC 카일 하트가 6.93으로 1위를 차지했다.

SSG 최정 /뉴시스
FA 영입만 따지면 WAR 1당 5억원 이하면 성공 투자, 6억원대 보통, 7억원 이상은 실패로 본다. 이번에 SSG와 4년 110억원에 세 번째 FA 계약을 맺은 최정은 지난 10년간 FA 계약으로 모두 192억원을 받았다. 이 기간 최정 WAR은 48.96. WAR 1당 3.92억원이었다. SSG로선 가성비 높은 투자였다. 최정은 연평균 124안타 33홈런을 쳤으니 안타 1개당 1500만원, 홈런 1개당 5800만원 정도 든 셈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한화는 2023시즌 전 LG 거포 채은성을 6년간 90억원에 계약하며 7년 만에 첫 외부 FA 영입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LG 시절 2018년 WAR 4.28을 기록하는 등 5시즌 동안 평균 2.70 WAR을 벌어줬던 그는 한화로 오자마자 지난 2시즌 동안 연평균 WAR이 1.64로 추락했다. 한화는 WAR 1당 9.15억원을 내줬으나 속이 쓰린 투자였다.

롯데도 안목이 없었던 건 마찬가지다. 4년 80억원에 LG에서 데려온 유강남과 4년 50억원에 NC에서 영입한 노진혁은 손절(損切)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성적이 형편없었다. 유강남은 롯데에 오기 전 6시즌 연평균 2.75 WAR를 벌어주고 장타 능력에 포수로서 운영 능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막상 롯데에 와선 2시즌 연평균 1.13 WAR에 그쳤다. 올해부터 ABS(볼 자동 판독 시스템)가 도입되며 특유의 프레이밍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타석에서도 1할대 부진을 보이다 무릎 수술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다. 롯데는 유강남에게 안타 1개당 3400만원을 지불한 꼴이 됐다.

롯데 유강남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노진혁도 롯데 입단 전 4시즌 동안 연평균 WAR가 3이었으나 롯데에 와서는 고질적 허리 통증 등으로 지난 2년간 연평균 WAR이 1.09에 그쳤다. 평균 연봉이 12.5억원이니 WAR 1당 11억원이 넘는 재앙적 투자였다.

2023시즌 전 4년 46억원에 두산에서 NC로 팀을 옮긴 박세혁, 2021년 4년 50억원에 두산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오재일도 이후 기량 하락으로 FA 흑역사의 한 축을 담당한다.

투수 FA로 넘어가면 2023시즌 전 원종현(키움)과 2022시즌 전 백정현(삼성), 2023시즌 전 이태양(한화) 영입이 해당 구단에 악몽으로 꼽힌다. 키움은 불펜 보강을 위해 36세 노장 원종현에게 4년 25억원을 보장했지만 시즌 도중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장기간 이탈했고 올 시즌에도 4경기 출장에 그쳤다. 한화가 4년 25억원에 영입한 이태양도 올 시즌 초반부터 극도의 부진을 보였고 결국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백정현은 2021 시즌 27경기 14승5패 WAR 6.2라는 발군 성적을 거두며 2022시즌 전 4년 38억원 FA 계약을 맺었지만 지난 3시즌 동안 17승 23패 연평균 WAR은 1.83으로 급락했다.

이번에 4년 최대 78억원(연평균 19.5억원)을 보장받고 KT에서 한화로 옮긴 투수 엄상백은 최근 3시즌간 연평균 WAR 4를 벌어줬다. 최근 3년간 연평균 25억원을 받은 KIA 양현종이 WAR 4.21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엄상백도 그만큼 성적을 거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4년간 최대 50억원(연 12.5억원)을 보장받은 심우준(한화)도 팀에서는 평균 2~2.5 WAR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롯데에 잔류한 김원중은 이번 계약(4년 최대 54억원)이 연 최대 13.5억원을 보장한다. 앞선 시즌 성적(연평균 26세이브)을 유지한다면 롯데는 1세이브당 5000만원 정도 가치를 인정해준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 오승환은 지난 4시즌 동안 1세이브당 3000만~3500만원 정도 몫을 했는데 김원중은 그보다 더 높은 활약을 펼쳐야 한다.

올 시즌 삼성과 4년 58억원(연평균 14.5억원)에 계약한 김재윤은 올해 11세이브 25홀드를 기록했다. 1세이브·홀드당 4000만원 정도 몫을 했다. 2년 8억원에 이적한 키움에서 삼성으로 건너 간 임창민은 올 시즌 28홀드를 기록, 홀드당 1430만원을 받은 셈이다.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공격, 수비, 주루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한 선수가 ‘대체 선수’에 비해 팀에 얼마나 많은 승리를 가져왔는지를 숫자로 나타내는 지표다. ‘대체 선수’는 리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평균 이하 성적을 내는 후보 선수 정도 수준을 뜻하는 개념이다. WAR이 3이라면 그 선수가 ‘대체 선수’보다 1년에 3승을 팀에 더 안겨준다는 뜻이다. WAR 5 이상이면 리그 최정상급, 7 이상이면 MVP급으로 평가받는다.
 
배준용 기자 junsa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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