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1.14 연합뉴스 |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친절한 금자씨’가 아니다. ‘친철한 슈퍼스타’다.
실력만큼 재력도 넘치는, 그래서 충분히 오만할 수 있는 오타니지만, 야구 동료를 향해선 한없이 상냥하다.
김혜성의 LA다저스행이 확정되었을 때, ‘7억 달러의 사나이’ 오타니는 자신의 SNS에 김혜성의 사진과 함께 “환영합니야 친구야”라고 써서 업로드했다.
사진 | 오타니 쇼헤이 SNS |
그때 살짝 눈치는 챘지만, 이번에 김혜성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인성을 확인하게 됐다.
김혜성은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출국에 앞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스탠딩인터뷰를 진행했다.
향후 다저스에서의 목표와 각오에 대한 예상가능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김혜성. 연합뉴스 |
목표는 명문 다저스에서 성실하게 준비해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는 거다. 등번호는 6번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로 과거 다저스에서 활약한 트레이 터너가 단 등번호라고 했다.
무엇보다 오타니와의 에피소드가 주목받았다. 슈퍼스타의 겸손과 배려에 관한 내용이라 무척 훈훈하다.
김혜성은 지난달 에이전트사인 CAA가 마련한 곳에서 훈련했다. 그곳엔 같은 소속사의 오타니도 있었다. 훈련하는 내내 얼굴을 마주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되는 MLB 서울시리즈 LA다저스 공식 기자회견에서 미소짓고 있다. 2024.3.16. 스포츠서울DB |
그런데 놀라운 점은, 오타니가 항상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혜성씨”라고 인사했다는 것.
이제 막 빅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노크 중인 선수의 이름을 기억하고 반긴 거다. 오타니는 김혜성을 향해 응원과 격려도 빠트리지 않았다.
김혜성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일본어를 공부해 오타니에게 인사했다.
오타니는 한국어로 김혜성은 일본어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특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 장면은, 말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상대에 대한 존중이 묻어난다. 특히 오타니의 몸에 밴 겸손한 성품이 느껴진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오타니와 부인 다나카. 사진 | LA 다저스 X |
오버랩 되는 장면이 또 있다.
오타니는 지난해 3월 16일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를 위해 고척돔을 찾았을 때 “한국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전날(15일) 입국하면서는 “한국과 일본은 항상 스포츠에서 라이벌 관계였다. 한국경기를 보면서 한국선수, 한국팀을 항상 존경해왔다. 그래서 이렇게 환영받는다는 게 더욱 기분 좋은 일”이라고도 했다.
이는 지난 2006년 제1회 WBC에서 이치로가 한·일전을 앞두고 “상대가 앞으로 30년간 일본엔 손대면 안되겠다고 생각할만큼 이기고 싶다”는 말과 비교되며 더 화제가 됐다.
김혜성이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14 연합뉴스 |
김혜성은 곧 오타니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스프링캠프에서 만난다. 정글과 같은 빅리그는 기량에 의해 주전과 비주전으로 구분되지만, 김혜성에게 오타니는 상냥하면서도 든든한 친구이자 롤모델이 될 듯싶다.
한편 김혜성은 자신을 ‘박지성’으로 추켜세운 절친 샌프란시스코 소속의 이정후와도 만나게 된다. 이번엔 상대 팀으로 조우한다. 그러나 ML 1년 선배 이정후 역시, 경기 외적으론 김혜성의 빅리그 적응의 도우미임이 틀림없다.
동료와 친구의 응원 속에 김혜성의 진짜 빅리그 도전이 시작된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