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우승 후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3연전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에 미국 전역에서 극찬이 쏟아졌다. 기록을 살펴보면 확실히 메이저리그(ML) 역사상 봐도 몇 안 되는 퍼포먼스. 하지만 그 퍼포먼스는 이미 14년 전 추신수(42·SSG 랜더스)도 보여준 것이었다.
오타니는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2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2홈런)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애틀랜타와 첫날(4일)은 3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 2도루로 비교적 평범하게 지나갔다. 이틀째(5일)에는 5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갖고 있던 일본 태생 다저스 선수 최다 홈런 기록(7개)을 깼다. 마지막 날인 이날은 한 경기 두 개 홈런을 치며 1901년 이후 첫 35경기에서 가장 많은 장타(25개)를 때려낸 다저스 선수가 됐다
이로써 오타니는 이번 애틀랜타 3연전에만 타율 0.667(12타수 8안타) 3홈런 6타점 5득점 2도루, 출루율 0.714 장타율 1.417을 기록하며 LA 다저스의 스윕을 이끌었다. 4연승을 달린 LA 다저스는 23승 13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지켰다. 오타니가 보여준 역대급 퍼포먼스에 MLB.com의 브렌트 매과이어는 "오늘(6일) 오타니는 홈런 두 번, 안타 두 번을 쳤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경기력(He's homered twice and singled twice today. Outrageous performance.)"이라는 찬사를 남겼다. 다저스 전문 매체 '다저 인사이더'는 "오타니는 오늘 시즌 첫 4안타 경기이자, 멀티 홈런을 쳤다. 단 한 번의 스윙으로 이뤄진 것이다. 오타니는 진짜입니다. 여러분(Shohei Ohtani is the real deal, folks)"이라고 전했다.
MLB.com은 "오타니가 합류하면서 LA 다저스에 큰 의미를 가질 정규시즌 시리즈는 많지 않다. 현실적으로 다저스의 올 시즌은 결국 10월(포스트시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될 것"이라며 "하지만 애틀랜타와 정규 시즌 시리즈는 10월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는데 다저스는 지난 3경기에서 애틀랜타를 20-6으로 모든 부문에서 압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저스는 모든 면에서 이번 겨울 가장 기대했던 팀답게 경기를 치르고 있다. 오타니는 이번 경기에서 가장 두려움을 준 슬러거였다. 그런 강타자를 가진 건 (다저스의 다른 시즌과) 올 시즌이 다르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미국의 통계 업체 옵타스태츠는 공식 SNS를 통해 오타니의 퍼포먼스를 104년 역사에서 5명뿐인 기록이라고 소개하면서 2010년 클리블랜드 시절 추신수를 소환했다.
옵타스태츠는 "오타니는 애틀랜타와 이번 시리즈에서 8안타, 6타점, 5득점, 3홈런, 2도루를 기록했다. 이로써 타점을 처음으로 매기기 시작한 1920년 이래로 3경기 시리즈에서 각각의 스탯을 모두 이뤄낸 다섯 번째 선수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 안에는 추신수가 2010년 9월 18일부터 같은 해 9월 20일까지 캔자스시티 로열스 원정 3연전에서 남긴 기록이었다. 당시 추신수는 3연전 모두 3번 타자로 나서 타율 0.667(12타수 8안타) 4홈런 10타점 6득점 2도루를 달성하며, 클리블랜드의 2승 1패 위닝 시리즈를 이끌었다. 기록만 따지면 당시 추신수는 오타니보다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인 것.
이때 캔자스시티전은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잊지 못할 시리즈로 남아있다. 2010년 9월 18일 첫 경기서 추신수는 2점 홈런(4회)-만루 홈런(6회)-1점 홈런(8회)을 치며 개인 첫 한 경기 3홈런을 달성했다. 5타수 4안타(3홈런) 7타점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에도 성공했다. 2010년 9월 19일 경기에서는 3타수 2안타 1도루를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2010년 9월 20일)서는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1도루로 홈런과 도루를 각각 하나씩 추가하면서 개인 커리어 두 번째 20홈런-20도루에 도달했다.
다른 세 명은 1990년 배리 본즈, 1987년 안드레 도슨, 1922년 조지 시슬러였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 본즈는 1990년 4월 28일부터 1990년 4월 30일까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타율 0.750(12타수 9안타) 3홈런 6타점 7득점 2도루를 마크했다. 시카고 컵스 시절 도슨은 1987년 6월 2일부터 1987년 6월 4일까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타율 0.533(15타수 8안타) 5홈런 13타점 6득점 2도루의 기록을 남겼다.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현 볼티모어 오리올스) 시절 시슬러는 1922년 5월 13일부터 1922년 5월 16일까지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타율 0.733(15타수 11안타) 3홈런 8타점 5득점 2도루를 달성했다.
역대급 퍼포먼스로 14년 만에 추신수를 소환한 오타니는 6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메이저리그 타자 주요 지표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타니는 35경기 타율 0.364(143타수 52안타) 10홈런 25타점 30득점 7도루, 출루율 0.426 장타율 0.685 OPS(출루율+장타율) 1.111로 타율, 안타, 2루타, 홈런, 장타율, OPS, XBH(eXtra-Base Hit·장타) 부분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3년 전 한국으로 돌아와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무리한 추신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시즌인 올해 20경기 타율 0.228(57타수 13안타) 1홈런 8타점 10득점 3도루, 출루율 0.382 장타율 0.298을 기록하며 20년의 프로 생활에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